2025.12.27 14:07

주님 제게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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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신일 목사
게시일 2025-12-28
하나님의 아들이 이 땅에 오신 방식은 참으로 고요하고 평온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메시아가 화려한 왕궁에서 태어날 것이라 기대했지만, 주님은 가장 낮고 천한 말구유를 택하셨습니다. 왜 왕궁이 아니었을까요?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심지어 가장 비천한 자들까지도 다 품어주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주님이 왕궁에서 나셨다면 소외된 이들에게는 이질감으로 다가왔을 것이나, 우리보다 더 낮은 곳으로 내려오심으로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의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낮은 곳으로 흘러 모든 물을 받아주는 바다처럼, 우리 주님은 온 인류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스스로 낮아지셨습니다. 성탄의 정신은 바로 이 ‘낮아짐’에 있습니다.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그곳, 지극히 작은 한 영혼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향하는 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기 예수님이 누우실 빈방이 없었다는 2,000년 전의 사실보다 더 슬픈 현실을 마주하곤 합니다. 주인이 자기 땅에 오셨으나 세상이 그를 알지 못하고,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주님을 모셔 들일 ‘빈방’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요한복음은 참 빛이 세상에 왔으되 사람들이 영접하지 않았음을 슬퍼합니다. 하지만 주님을 모셔 들이는 데는 화려하고 큰 방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좁고 초라할지라도 주님을 주인으로 인정하는 마음의 중심만 있다면 충분합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시겠다고 주님은 약속하셨습니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던 우리의 마음을 이제는 정돈하여, 만왕의 왕을 모실 준비를 해야 할 때입니다.

몇 년 전 성탄 즈음, 울릉도에 숙소 잡을 여력이 없던 20년 지기 친구 가족에게 사택의 안방을 내어준 적이 있습니다. 비록 사택이 대단한 집은 아니었지만, 함께 둘러앉아 찬양하고 예배드릴 때 그곳에는 세상이 줄 수 없는 은혜와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친구를 영접했을 때 누린 그 기쁨처럼, 우리 주님을 우리 마음의 빈방에 영접할 때 진정한 평화가 시작됩니다. 2025년의 끝자락, 송년주일을 보내는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는 주님을 위한 공간이 있습니까? 복잡하고 분주했던 한 해의 짐들을 내려놓고, 우리 다시 한번 주님께 진실하게 고백했으면 좋겠습니다. “주님, 제게 오십시오. 제 마음 중심에 좌정하여 주옵소서.” 이 고백이 있는 곳에 진정한 성탄과 새로운 희망의 해가 밝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