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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신일 목사
게시일 2026-06-14
자식의 걸음걸이나 품성을 보면 그 부모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듯이, 세상에는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는 신비로운 닮음의 법칙이 흐릅니다. 영적 가족인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다면, 마땅히 우리를 낳으신 하나님 아버지를 닮아가야 합니다. 사랑은 하나님의 가장 위대한 성품이자 자녀 된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가장 선명한 영적 가족 표식입니다. 사도 요한은 우리가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가장 확실한 증거가 바로 ‘형제 사랑’이라고 선언합니다(요일 3:14). 사랑은 우리 안에 심긴 영원한 생명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자 열매이기에, 하늘 아버지를 닮은 자녀들의 삶에는 자연스럽게 따뜻한 사랑의 향기가 배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 사랑의 온전한 모형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 한 분뿐이십니다. 주님은 하늘의 영광을 버리고 가장 낮은 곳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친히 목숨을 버리심으로, 참된 사랑이 무엇인지를 우리 삶의 캔버스에 선명하게 그려주셨습니다. 오래전 나라 없이 방황하던 쿠르드족 유목민 두 사람이 지뢰밭을 지나갈 때,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멈춰 세우고 자신이 먼저 걸어가 안전한 길을 낸 후 친구를 건너오게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비록 복음을 모르는 이방인의 삶일지라도 친구를 위해 목숨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그 숭고한 걸음 속에서, 우리는 주님이 걸어가신 십자가의 흔적을 봅니다. 참된 사랑은 나의 가장 소중한 안전을 내려놓고, 상대방의 생명을 살려내는 거룩한 모험입니다.

우리가 이처럼 위대한 십자가의 사랑을 과분하게 덧입었다면, 이제 우리의 삶에서 그 사랑을 흘려보낼 차례입니다. 형제를 위해 단번에 목숨을 버리는 거창한 기회는 매일 찾아오지 않지만, 주님은 오늘 우리가 가진 물질과 따뜻한 관심을 이웃과 나눔으로써 일상에서 ‘작은 목숨’을 조금씩 떼어주는 사랑을 실천하라고 하십니다. 형제의 구체적인 아픔과 필요를 보고도 마음의 문을 닫는다면, 하나님을 사랑한다는 우리의 고백은 겉치레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제는 말과 혀로만 사랑하는 익숙함을 넘어, 이웃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합시다. 우리가 그렇게 서로를 품을 때, 세상은 우리를 통해 살아 계신 사랑의 아버지를 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