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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신일 목사
게시일 2026-05-17
스무 살 무렵의 저는 거창한 선교를 꿈꾸며 오지로 떠나길 열망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이 저를 보내신 ‘캠퍼스’라는 일상의 선교지에서는 무력하게 무너졌습니다. 거창한 각오와 뜨거운 열정은 있었지만, 정작 곁에 있는 이들에게 복음 한마디 전하지 못했고 사소한 유혹조차 이기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은 내 안의 뜨거운 감정이 나를 지탱해 줄 것이라 믿는 것입니다. 그러나 치열한 삶의 시험대 위에서 검증되지 않은 열정은 안개처럼 너무나 쉽게 증발해 버립니다.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 역시 호기가 넘쳤던 인물이었습니다. “모두가 주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버리지 않겠나이다”라고 장담했지만, 그는 한낱 여종의 질문 앞에 처참히 무너졌습니다. 실패한 베드로를 다시 찾아오신 주님은 그의 의지나 능력을 묻지 않으시고 다만 한 가지만을 세 번 반복해 물으셨습니다.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주님의 이 질문은 사명자가 끝까지 걷기 위해 필요한 동력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여줍니다. 우리가 순종에 실패하고 보냄 받은 자로 살지 못하는 이유는 열정이 식어서가 아니라, 주님을 향한 ‘사랑’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미 각자의 가정과 일터로 보냄을 받은 선교사들입니다. 보냄을 받은 자로 살아가는 길은 때로 십자가를 지는 것과 같은 고단한 희생이 따르기에, 인간의 결심만으로는 결코 끝까지 완주할 수 없습니다. 오직 주님을 향한 깊은 사랑만이 우리를 자발적인 복종으로 이끌며, 내가 죽어 남을 살리는 십자가의 길을 기쁨으로 가게 합니다. 이번 한 주간, 무엇을 해내려는 의지보다 주님을 더 깊이 사랑하는 일에 마음을 쏟으시길 바랍니다. 보냄 받은 우리를 끝까지 견디게 하는 힘은 오직 ‘사랑’ 외에는 없습니다.